감상을 넘어 순종으로 (겔 33:21~33)

설교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마음 깊은 울림을 받지만, 정작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까? 마음이 뭉클해지고 신앙적 열정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은혜받은 것으로 착각한 채, 정작 일상의 한 걸음도 내딛지 않는 모습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에스겔 33장에서 예루살렘이 마침내 멸망했다는 참담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러나 유다 황폐한 땅에 남아 있던 이들은 자신들의 죄악을 돌이키기는커녕 과거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던 약속만 과시하며 죄 속에 안주했습니다. 그들은 에스겔 선지자에게 몰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를 원했지만, 그 목적은 삶의 돌이킴에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꿰뚫어 보셨습니다.

"그들은 네가 고운 음성으로 사랑의 노래를 하며 음악을 잘하는 자 같이 여겼나니 네 말을 듣고도 행하지 아니하거니와" (에스겔 33:32)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을 수술하는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그저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세련된 음악이나 신나는 노래에 불과했습니다. 선지자의 경고를 들으며 지적인 만족을 누리고 감정적인 울림을 경험했지만, 신앙을 감상의 영역에만 가두어 둔 채 삶의 구체적인 순종은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말씀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연주가 아닙니다. 도리어 내 삶의 탐욕과 고집을 깎아내고 나를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설교에 감동받는 것 자체가 신앙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참된 믿음은 은혜의 감동이 지난 뒤 시작되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말씀을 따라 발걸음을 실제로 옮기는 순종에서 증명됩니다.

오늘 나의 신앙은 그저 귀를 즐겁게 하는 감상에 머물러 있습니까, 아니면 삶을 깎아내는 순종의 자리로 이어지고 있습니까?